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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꿈과 자아를 찾아 떠나는 무시무시한 이야기





1. 예전 지인이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보았다. 책을 별로 안 좋아하던 사람이었는데 너무 재밌게 읽고 있다며 내게 건네준 책을 서너 장 읽고 바로 그 책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다른 약속이 있어서 그 책은 두고 가야 했다. 그리고 3년이 후, 나는 그 책을 다시 펼쳤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이 책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많은 사건을 겪게 되었다. 어쩌면 지금 이 책을 읽는 게 내게는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p.17

  시야 한 구석에 애덤이 보였다. 애덤이 커다란 갈색 가죽 가방을 끌며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내 서류가방이었다. 애덤은 계단을 다 내려오자 활짝 웃으며 양손으로 가방을 힘들게 옮기기 시작했다. 입으로는 뭐라 중얼거리는데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나는 헤드폰을 벗었다. 나의 거친 숨소리 너머로 애덤의 말이 들려왔다.

 "아빠 가뜬 면오사, 아빠 가뜬 면오사, 아빠 가뜬 면오사."

 눈시울이 붉어졌다.

 얘야, 아니야. 아빠 같은 변호사가 되어서는 안 돼.



언젠가부터 서점에서는 "행복"과 "힐링"이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는 어떤 행복을 찾고 있고 무엇을 힐링하고 싶은 것일까?


빅픽처 초반부는 이 두 키워드를 적절하게 독자에게 묻는다.


안정적인 직장이 있으면 꿈은 취미로 할 수 있다는 아버지의 권유에 사진가의 꿈은 잠시 놔둔 채 월스트리트의 변호사가 된 주인공. 그러나 그는 행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힐링이 필요했다. 그 원인이 무엇이고 주체가 무엇인지는 본인도 잘 알지 못하는 듯했다.


월스트리트의 변호사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괜찮은 회사에 안정적인 수입을 가진 나로서도 그의 고민은 적절하게 다가왔다. 물론 그와 나의 차이는 꿈의 있고 없음이겠지만....

꿈이 없었다는 것에 늘 불만이었던 나지만 이 책을 읽는 초반부에는 그랬기 때문에 내 인생은 더욱 단순하고 깔끔한 삶이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10대 때부터 "우리는 꿈을 가져야 합니다."를 외치는 세상에서 꿈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큰 스트레스지 아니던가!



2. 그리고 그는 그 자신을 버려야 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 그는 그토록 원치 않던 자신의 삶이 사실은 자신이 가장 원했던 삶이었음을 뒤늦게 깨닫지만, 결코 그 삶을 돌릴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본래의 자신을 잃은 자의 삶이 어떻게 대단할 수 있을까. 그냥 목숨을 부지하는 정도의 삶에도 충분히 만족할 법한 그런 삶을 살게 된다. 그러다, 자신의 꿈을 이룰 기회를 얻게 되고 그는 순식간에 미국 전역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가가 된다. 



 p. 415

 일주일 동안 나는 미국 생활의 자명한 진리 중 하나를 깨닫게 됐다. 일단 인기를 얻으면 어디서나 그 사람을 찾는다. 미국 문화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은 늘 무시된다. 고군분투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취급되기 일쑤다. 발행인, 잡지 편집자, 제작자, 갤러리 주인, 에이전트들을 설득하려고 필사적으로 애쓰는 사람은 낙오자로 취급될 뿐이다. 성공할 수 있는 길은 각자 찾아내야 하지만, 그 누구도 성공을 이룰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다. 명성을 얻지 못한 사람에게 기회를 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의 재능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있더라도, 자기 판단만 믿고 무명의 인물에게 지원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런 까닭에 무명은 대부분 계속 무명으로 남는다. 그러다가 문이 열리고 빛이 들어온다. 행운의 밝은 빛에 휩싸인 후로는 갑자기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되고 반드시 써야 할 인물이 된다. 이제 모두 그 사람만 찾는다. 모두 그 사람에게 전화한다. 성공의 후광이 그 사람을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다를 바 없는 진실. 고군분투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다. 무언가를 이루어 성공의 가도에 올라야만 인정 받게 되는 현실. 혹은 어떤 이름을 가져야만 비로서 사람들이 돌아본다는 불편한 진실. 그러나 그 안에도 답은 있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되려 하지 않고, 지금의 순간을 즐기는 것. 어차피 요즘 세상에 빚만 없다면야 굶어 죽을 일은 없으니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데로 살려고 한다면, 남들의 기준 따위 무시해버린다면 조금은 숨통 트이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30평대 아파트를 포기하고, 44사이즈 옷을 포기하고, 값비싼 후식 커피를 포기만 하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벤 혹은 게리)의 두 번째 삶은 완벽했으나, 그 성공으로 인해 쫓기게 되고 결국 두 번째 삶도 실패하게 된다.



3. 우리의 주인공이 부디 평안한 삶을 살길 가슴 속 깊이 기도하며 책을 읽게 된다. 그는 잔인한 살인자지만 나는 그를 살인자라고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저자인 더글라스 케네디가 그를 너무 열렬히 변호한 탓일 거다. 그의 독백 속에는 나의 삶이 녹아있었고, 내 생각이 춤추고 있었다. 나는 전적으로 그것은 우발적인 사고였고, 그는 선량하다고 믿게 된다. 



 P.485

 어쨌든 그 옛날과 달리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은 충동은 많이 사라졌다. 가족의 덫에 걸렸다는 느낌도 없었다. 두 번 죽었다가 다시 태어난 사람에게는 달리 달아날 만한 곳도 없으니까.

 그러나 떠나고 싶은 충동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떠나고 싶은 충동이 도사리고 있었다. 


 

소설 말미에는 나는 완전히 주인공과 동일한 인물이 된다. 그래서 그의 안정적인 삶을 절실히 원하게 된다. 그럼에도 다시 떠나고 싶은 그를 여전히 이해한다. 지금 나의 삶도 늘 떠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의 어딘가에서 흔들리고 있으니까. 그래도 우리는 다시 눈을 뜨고, 출근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인상 쓰고, 그리고 퇴근길 맥주 한잔에 다시 껄껄 웃으며 내일을 위한 에너지를 보충한다. 그렇게 해야만 한다. 그것이 이 세상에 만든 룰이고 그 세상안에서 제대로 살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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