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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궁, 박향 저, 제 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연희, 내 옆에 있어주세요.




아침 출근길, 약 10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 이 책의 끝을 읽었다.

그리고 작가의 말을 읽었을 때, 저자가 오랫동안 조용히 불렀던, 이미 여러번 이름이 바뀌었던, 소중히 여기며 틈틈이 들춰봤던 "연희"에 대한 감정을 내가 고스란히 느꼈음을 알았다. 그리고 박향 작가님한테 많이 감사했다.


#1. 사실 요즘 회사일로 너무 힘들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상사의 꾸준한 짜증을 받아주는 것이 한계가 달했다. 어제는 상사의 말을 싹둑 자르고 뒤돌아서버렸고, 오늘은 퉁명스럽게 그를 대했다. 상사가 살짝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 분명 웃으며 답할 수 있었지만, 난 뒤돌아 서있는 채로 "알 것 없지 않느냐."라며 톡 쏘아 붙였다. 시작은 상사의 짜증이었지만, 어느 새 내가 더 짜증을 내는 것 같이 느껴졌다. 전세역전. 그러나 나에게 전적으로 불리한 상황. 나는 그 현실에 고여있다.


직장에서 마의 시간인 4시 44분. 가장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그 때, 난 가슴이 답답해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당장 해야할 일은 산더미인데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너무 무거웠다. 앞은 막막했고 끝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지금 왜 이렇게 살아야하나.'라는 좌절감과 그렇다고 별다른 해답이 없음을 너무 잘 아는 현실이 나를 짓눌렀다. 미움이 결국 나를 갉아먹는거다. 그 때 "연희"가 생각났다.


그냥 막장 모텔 주인일 수 있지만, 가슴에 희망이 있고 열정이 있는 그녀다. 그 누구도 상상하고 싶지 않은 밑바닥에서도 빛날 것 같은, 그런 밑바닥이기에 수수하고 더 기대고 싶은 무언가를 갖고 있는 여자를 "연희"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행동은 충분히 나의 머리가 이해할 수 있었고, 그녀의 생각들은 늘 나의 마음과 같았다. 그녀가 완벽한 선인이 아니기에 그녀가 더욱 애틋하고 나도 그녀의 관심을 받고 싶다. 나도 그녀의 관심이 필요하다. 그녀는 어디에 있을까?


#2. 복잡한 머리를 안고 있어봤자 일도 안될거 같아 집에 일찍 들어갔다. 멀리서 우뚝 솟은 우리 아파트, 내 집을 찾아보며 그래도 아늑한 집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거운 머리가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내일을 두려워하며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엄청나게 큰 모기형상을 한 어떤 곤충이 엘리베이터 천장에 붙어있었다. 평소에 나는 곤충을 참 무서워한다. 그런데 오늘은 무엇 때문인지 그 큰 곤충가 1:1로 대적한 상황에서 내가 곤충을 무서워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나는 곤충을 죽일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곤충이 내게 다가올 때, 나는 그 곤충을 죽일 용기가 없다. 그게 내가 곤충의 포식자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곤충을 무서워하는 이유였던 것이다.(그렇다고 정말 먹고 싶진 않지만..ㅠㅠ) 


그렇다면, 내가 내일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결국 그 상사와 다시 마주치는 것이 두려운 것이고, 그 두려움의 끝에는 나는 상사를 이길 수 없다는 것, 이 상황을 어떻게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이 있는 것 아닐까?


여기까지 생각을 하고나니 뭔가 해답의 실마리를 찾은 듯 했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연희가 떠올랐다. 연희도 결국 나와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닮았다. 연희가 그랬든, 나도 어쨌든 결국 포기하지 않고 계속 부딪힐 것이다. 사실, 나의 아늑한 집도 결국 회사에서 빌린 빚에 의한 것이니... 각설하고, 상상하는 그 무엇 이하가 될지라도, 나는 연희처럼 이를 악물고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고 나를 온전히 다 태워 없어지게 하지도 않을 거다. 그 안에서 뭔가 초롱초롱 빛나는 것들을 찾을 거고, 그로 인하여 행복해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금 상사와의 마찰도 그렇게 이를 악물고 버티겠다. 해결되지 않더라도 괜찮다. 굳이 해결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거고, 나도 괜한 감정 낭비 하지 않을 것이다. 


신랑이 집에 왔다. 오늘은 신랑을 더더 예뻐해줘야지.ㅎ


연희를 닮고 싶지만, 연희와 상만은...ㅋ 좀...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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