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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싶을 때 읽는 책] 딱 90일만 더 살아볼까(닉혼비 저),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할 때 읽으면 좋은 책

                           


빅 픽처를 읽고 나서, "죽음"과 관련된 소설을 더 읽고 싶어졌다. 그만큼 빅 픽처의 이야기는 내게 큰 감동이었다. 그러다 내 눈에 띄게 된 책은 바로 "딱 90일만 더 살아볼까". (사실 이 전에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를 먼저 골랐지만... 2편 정도 읽고나니 딱히 손이 안가게 되서 다른 책으로 갈아타야 했다. 긴장감있는 소설을 읽다가 단편을 읽으니 뭔가 호흡이 짧고, 허망한 느낌이 들어서인 듯 하다.)        




딱 90일만 더 살아볼까

저자
닉 혼비 지음
출판사
문학사상사 | 2012-11-0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자살밖엔 답이 없는 우울한 인생들, 그들이 선택한 마지막 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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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키워드는 "자살"이다. 더이상 삶에 탈출구가 없다고 생각한 4명의 사람들이 우연히, 자살 장소로 선택한 토퍼스 하우스 옥상에서 만나게된다.(각자 자살을 할거라는 큰 꿈(?!)을 갖고 올라왔는데!!)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라고 생각하고 큰 결심으로 올라간 건물 옥상에서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자살을 하려고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나는 그 사람보다 먼저 죽고 싶을까? 아님 그 사람이 자살을 하지 못하도록 막을까? 딱 90일만 더 살아볼까, 이 책에서는 책의 제목과 같이 토퍼스 하우스에서 만난 4명의 자살 지망자(라고 표현해도 되겠지)들은 결국 자기들만의 새로운 "D-day"를 만들고, 그 날까지 상대의 문제를 어루어 만져주기로 한다.(라고 우아하게 표현해보지만, 사실은 막말과 욕이 오고가는 가운데 "그럼 채스나 찾아볼까~?" 하며 건물 밑으로 내려오게 된다.)


미성년자와의 섹스로 교도소까지 다녀온 전직 유명 TV 토크쇼 진행자인 마틴,

밴드의 꿈을 져버리고 피자배달부가 되어야 했던 제이제이,

다혈질에 예의도 없는 4차원 소녀 제스,

중증 장애 아들을 혼자서 계속 키워왔던 모린,


각자 다른 사람들이었고, 자살을 하려는 이유도 각기 달랐다. 


사실 모린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전적으로 모린의 처지를 공감하긴 했다. 제스의 자살 사유는 모두에게 큰 비난을 받았고 마틴과 제이제이의 자살 사유는 제스의 조롱거리가 되었지만 모린의 경우는 모두가 다 그녀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했다. 이 책에서는 4명의 등장인물이 나와 각자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지만 나는 늘 모린의 이야기가 제일 궁금했다. 모린은 늘 서툴고, 느리게 말을 했지만(책을 읽다보면 정말 모린이 직접 말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녀는 정말 진실되고 순수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리고 중증 장애 아들이 죽거나 혹은 모린이 죽는 방법 외에 어떻게 모린을 구원할 수 있을지가 늘 궁금했다.


" 우리가 옥상에 올라간 것은 잘못이라고, 자살은 비겁한 자의 탈출구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고, 우리 가운데 누구도 자살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죽고 싶은 심정을 느끼지 않았다고 할 순 없다. 사실이 그러니까. 그리고 그 느낌이 무엇보다 더 중요했다. 채스도 그 선을 넘기 전에는 절대 그 느낌을 모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네 사람은 그랬으니까. 선을 넘었으니까.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겪은 어떤 일 때문에 다른 많은 사람들과 달라졌다는 뜻이다. 우리는 하늘 높이 떠 있는 네모난 콘크리트 위에 올라가게 되었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지만, 그것이 남과 함께 가질 수 있는 제일 큰 공통점이었다."


" 그 남자가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보기 전까지 나도 그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 때까지 자살은 언제나 한 가지 선택이자 탈출구였고, 어려운 때를 위해 저축해둔 여유자금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돈이 사라졌다. 아니, 애초에 우리 돈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돈은 뛰어내린 그 남자와 그 남자 같은 사람들의 몫이었다. 낭떠러지 끝에서 다리를 대롱거리며 앉아있는 것은, 몇 센티미터를 더 나아가지 않는 한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이고, 우리는 아무도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 마틴 말이 옳았다. 데이비드 폴리가 뛰어내리는 것을 보았을 때, 그러니까 십이월 삼십일일 밤에 나는 그 사람처럼 행동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십이월 삼십일일이란 날짜를 잡은 것은 내게 할 일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이었다. 내게도 십이월 삼십일일이 희한한 방식으로 기대할 날짜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을 만나자, 뛰어내리는 대신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내가 왜 옥상에 올라왔는지 이야기하자, 그들도 내게 뛰어내리게 해주겠다고 했다.  ...중략... 하지만 그 가련한 데이비드는 우리와 이야기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는 수다를 떨기 위해서가 아니라 뛰어내리기 위해 옥상에 올라갔다. 나는 뛰어내리려고 올라갔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수다나 떠는 것으로 끝났다.  ... 중략... 모든 사람에게, 모든 불행한 상황과 반대의 불행한 상황에도 같은 것이 적용되는지 궁금했다. ...중략... 어쨌든 이 반대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내게는 누군가가 있었지만, 데이비드에겐 아무도 없었고, 그는 뛰어내렸지만, 나는 뛰어내리지 않았다. 자살에 관해서는, 아무도 없는 것이 누군가 있는 것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아무도 붙잡는 사람이 없으니까 말이다." 



마지막 인용글은 분명히 모린의 대사일 것이다. 책 읽다가 맘에 드는 구절을 그 때 그 때 핸펀 카메라로 찍다보니 누구의 말인지가 정확하지 않다. 그런데 저렇게 중략을 해야할 정도로 지루하게 주절대는 것은 모린 뿐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첫 번째 인용구는 제스, 두 번째는 제이제이, 마지막이 모린인 것 같다.


어릴 적에 나 또한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사춘기 때는 누구나 다 그러한 과정을 겪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 때 당시의 나는 정말이 너무 심각했다. 건물 옥상까진 아니었지만 꽤 높은 곳에서 조금만 용기를 내면 죽을 수 있을 것 같은 상황 속에서 곰곰히 생각하던 그 때, 굳이 죽을거면 좀 더 고통스러워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죽으면 모든게 끝일테니까... 


그리고 우리의 네 명의 주인공들도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적어도 내가 이해하기로는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 죽는다는 것은 결국 모든 것이 "끝"이 나는 건데, 삶에서 정말 작은 것에도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된다면 그 행복을 바라보며 조금은 더 살아볼 이유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주인공들은 생각한 듯 하다. 특히 나의 모린... 아아아~ 모린 아줌마. 정말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한 모린 아줌마도 나름 삶의 이유를 갖게 된다. 사실 그 이유라는게 너무 평범하고, 너무 하찮은 것이지만 모린에게 자살을 포기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앞으로 살다보면 더더더 힘들고 외롭고, 너무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올지도 모른다. (사실 안왔으면 하는게 바람이다.) 그러나 그러한 순간 속에서도 최악을 최악으로 생각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내가 되고 싶어졌다. 너무 힘든 순간, 정말 죽고 싶을 때 읽게 되면, 가장 공감하면서 결국 삶의 희망을 갖게되는 책이었다.





표지에는 다정한(??) 네 명의 등장인물과 그 밑에서 이들을 지켜보는 대머리 아저씨(작가로 추정)가 있다.

이 표지를 보는 것 만으로도 네 명의 주인공들을 만나는 것 같아 너무너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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